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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간에 병원에서의 냉난방 설비의 종류와 각각의 장단점에 대해서 간략히
설명 드렸다. 칼럼을 연재하면서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한정된 지면 안에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압축하여 쓰다보니 항상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 시간에는 우리 의사들이 봐도 잘 알 수 없는 전문가의 영역이자, 생각보다 많은 비용이 발생하는 전기공사와 승압공사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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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기 공사와 승압공사가 무엇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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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 견적서에 ‘전기공사’ 라는 항목이 있는 것은 모든 원장님들이 납득하고
계신다. ‘흠, 그래, 등도 달아야하고 유니트 체어 자리에 전기도 끌어와야 하고 잡고, 콘센트 위치도 알맞게 바꾸려면 필요하긴 하지’ 하면서
말이다. 어쩌면 그 공사금액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그러다가 이른바 ‘전기승압증설공사’ (대부분 별도견적에 있다) 란을
보면 우리 의사들의 눈썹이 드디어 역팔자를 그리게 된다. “도대체 전기 공사는 뭐고 승압공사는 뭐야, 그리고 이게 왜 따로 있는 거야? 아니,
그건 그렇다치고 왜 이렇게 비싸?” ...“
전기 공사란 말 그대로 인테리어 시, 내 병원의 쓰임새에 맞게 전선을 잇고 끊어 연결하고, 콘센트 위치를 잡고, 필요부위마다 미리 선을
연결하고, 조명을 달고 하는 등의 작업을 말한다. 그리고 전기승압증설공사 (이하 승압공사)란 그렇게 필요한
전기용량 중 모자라는 전력용량을 한국전력에 신청하여 공급받는, 그리고 늘어난 전력용량에 맞게 전기시스템을 구축하는 공사를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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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승압공사가 뭔지는 알겠는데, 그것을 왜 해야 하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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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에는 의외로 전기를 많이 잡아먹는 전기기기가 생각보다 많다. 콤프레샤,
에어컨, 컴퓨터, 유니트체어 등등, 물론 에어컨이나 전기난방기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예컨대, 우리 병원에 5kw짜리 에어컨이 2대가
있다면 냉방용으로만 10kw의 전력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그런데 대체로 일반 건물에서 병원 1개에 배당되는 전력량(건물기본전력)은 5kw내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병원의 크기에 따라서 차이가 있지만, 30평 내외의 병원이라면 평균적으로 20~25kw의 최대전력이
요구되며(100평내외 병원이라면 50kw까지 필요할 수 있다) 그래서 승압이 필요한 것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전기는 흐르는 물과 같고, 여러 사람(건물 내 여러 점포가)이 그 물을 퍼다 쓴다고 가정하자. 봄과 가을, 겨울에는 보통 많은
물(전기)을 쓰지 않는다. 그러나 더운 여름이면 평소보다 많은 물을 퍼가기 마련이고, 마침내 어느 순간 물이(전기가) 고갈될 때, 바로
차단기가 내려오게 되는 것이다.
즉, 승압공사를 통해 확보해야 하는 전기는 항상 필요한 전력량은 아니지만, 전기가 많이 필요한 때에 전기가 예고 없이 끊겨버리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확보해두는 예비전력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다.
만약 이러저러한 이유로 승압공사를 하지 않았다면, 어느 더운 여름날 에어컨을 풀가동 하며 진료를 보다가 차단기가 내려오면서, 병원은 찜통이
되고, 진료 중에 핸드피스가 멈추는 등 진료가 엉망이 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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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승압공사에 비용이 많이 드는 이유는 무엇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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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승압은 우리가 필요하다고 해서 임의로 늘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한전에서 승압신청을 하고 이를 승인 받아야 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리고 승인이 떨어지면 한전에 승압하고자 하는 전력량에 대해서 kw당 적게는
8~9만원에서 많게는 20여만 원까지 전기승압증설비용(일명 증설보증금)을 납부해야 한다. 이 비용은 순수하게 한전에 납입하는 비용이며 나중에
병원을 이전하더라도 돌려받지 못하는 비용이다.(정말 아깝다!)
보통 이렇게 한전에 서류를 접수하고 비용을 납입하는 절차 등은 전기업자가 대행하게 되며, 전기업자는 한전의 승인을 얻은 후 증설공사를
시작한다. 그런데 증설에 관련한 전기업자의 인건비는 차치하더라도 배전반이라든지, 전선 등의 전기재료 값이 생각보다 고가인지라, 한전납입비용,
전기재료비, 인건비 등을 합치면 전기증설비용은 적게는 300여만 원에서 많게는 700, 800만원(심지어 1000만원까지 들어가는 병원도
봤다)까지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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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왜 승압공사는 별도견적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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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한전에 전기증설 신청을 하기 전까지는 비용이 정확히 얼마가 나올지 예측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후에 자세히 설명 드리겠지만 작년 2002년도 9월경을 기점으로 관련법규가 개정이 되었는데, 예전에는 소비자가 쓰고 싶은
만큼의 전기를 신청하고 임의로 공사를 한 후에 한전으로부터 사후 검사를 통과하면 되었던 것이, 이제는 면허를 가진 정식 전기업자가 소정의
서류를 갖추어 신청하면 한전에서 현장실사를 거친 뒤, 신청전력량을 승인하든지, 아니면 증설전력량을 지정하는 절차로 바뀐 것이다.
따라서 전기업자나 인테리어 업체에서는 한전의 실사를 거치기 전까지는 전체 비용을 정확히 산출하기 어려우므로 별도 견적으로 작성하고 사후에
청구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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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전기공사 및 승압증설공사시에 무엇을 체크해야 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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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승압공사는 따로 전기업자와 계약하는 것도 괜찮다.
필자가 이렇게 권해드리는 이유는 2가지가 있다. 첫째는 위에서 잠깐 언급했지만, 이제는 정식면허를 가진 전기업자가 신청해야 한전에서 승압공사
허가가 나오기 때문에 따로 전기업자에게서 견적을 받고, 세금계산서를 받아보면 이 업자가 정식면허를 갖춘 믿을만한 업자인지, 아니면 면허를 빌려
쓰는 업자인지 확인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만약 차후에 전기공사나 승압공사로 인해 어떠한 문제점이 발견될 경우 바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이다.
두 번째는 어차피 전기업자로부터 영수증과 세금계산서를 받아보면 한전의 승압증설보증금이 얼마나 납부되었는가에 대한 확인할 수 있고, 차후에
병원을 다른 의사에게 양도할 때 이부분에 대해 비용을 받을 수 있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기 때문이다.
(2) 디지털 인테리어를 계획했을 경우
최근에는 디지털 인테리어라 하여 유니트체어에 모니터를 설치하여 영화나 음악 등을 감상할 수 있게 한다든지, 디지털 X-ray를 통해 진료에
바로 적용한다든지 하는 계획을 세우는 병원이 많이 있다.
만약 이러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면 미리 인테리어 업체와 미리 상의해야함은 물론이며, 만약 바닥천공 배관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면 전기공사와
연계하여 늦지 않게 미리 선을 빼놓아야 하므로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다.
(3) 승압과 관련한 건물주와의 문제
내 병원에 승압증설공사를 하려면 건물주와 상의하지 않을 수 없는데, 승압을 위해 한전에 제출할 서류에 건물주의 확인이 필요한 것이 1차적인
이유이지만, 내 병원의 승압으로 인해 전체 건물의 관리비가 상승할 수도 있다는 것이 더 중요한 이유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 현재 관련 법규상 어떠한 건물에 들어가는 총 전력량이 75kw를 초과하면 건물주는 ‘안전관리인’ 을 선임해야할 의무가
생기게 되는데 이러한 안전관리인에 대해 매달 몇 만원씩의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이 문제이다.
예를 들어 어떤 건물의 총 전력량이 현재 60kw정도로 운영되고 있는 상황에서 치과가 들어서면서 20kw정도를 승압해 버리면 건물 전체의
총전력이 75kw가 초과되어 건물주로서는 생각지도 않은 안전관리인 선임에 따른 비용지출이 발생하므로, 건물주와 병원사이에 다툼의 원인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전기업자로 하여금 미리 이러한 사항을 확인하도록 하여 비용부담에 관해서 건물주와의 사전 협의로 원만히 처리될 수
있도록 유의하자.
(4) 전기에 대한 A/S 교육
인테리어 업체에서 A/S를 다녀보면, 전구를 갈아 끼우는 방법을 모르는 병원도 의외로 많다.(믿기 어렵지만 사실이다) 그런데 이런 병원에서
콘센트에 코드를 끼우려다 불꽃이라도 튀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가히 상상이 간다.
하지만 몇몇 특이한(!) 원장님들을 제외한 보통의 의사들이 언제 제대로 전기에 대해서 공부한 적이 있었겠는가? 게다가 대부분 여성인 병원의
스태프들은 말할 것도 없다. 필자가 설비에 대한 글에서 잠시 언급했지만 인테리어 공사가 끝나면, 인사하고 돌아서는 업체 사장이나 현장감독을
붙들고 전기와 설비 관리에 대한 강의를 경청해야 이후 만사가 평안함을 기억하시라.
간단히는 각 조명기구의 전구 교체하는 방법에서부터 스파크가 일어나는 원인과 대처법. 차단기가 내려와 전기가 나갔을 때의 대처법, 배전반의
용도와 각 스위치의 기능, 간판 타이머의 위치와 조정 등을 잘 들어두어야 한다. 또한 사소한 것 같지만 요즘 인테리어 업체에서는 미적인 부분을
위해서 구입하기 어려운 전구를 사용한 조명기구를 설치하는 경우도 많으므로 특이한 전등은 미리 예비전구 등을 받아두고, 그런 물건을 파는 곳의
연락처까지 받아두어서 손해 볼 것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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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맺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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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 필자의 병원도 부분적으로 인테리어 공사 중인데, 그동안 마치 인테리어의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처럼 말하던 필자 역시
놓치는 부분도 많고 고민하느라 골치가 아프다.(사실은 그냥 맡겨도 될 부분까지 간섭하는 바람에 사서 고생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 우리 직원들의
평가이다) 하지만 내 전공분야가 아닌 것에 대해 차곡차곡 지식을 쌓는 것 역시 즐거움 중의 하나이다.
원장님들도 공사를 진행하는 기간동안 많이 배우시기 바란다. 무릇 아는 만큼 좋은 결과가 나오고, 비용도 아낄 수 있기 마련이다.
다음시간에는 각 공사 단계마다 선택해야 하는 마감재의 종류와 장단점 등을 알아보도록 하겠다. 타일과 벽지, 페인트 등은 물론 특히 비중이 큰
바닥재 부분은 자세히 다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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